“UL이나 FM 인증이 없는데, 이 커플러 제품 수출 가능할까요?”
소방용 부품, 특히 커플러나 소켓류 같은 보조 연결 자재를 수출하려는 중소 제조업체가
실무 현장에서 가장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증이 없어도 수출은 가능합니다.
단, 어디에,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수출하느냐에 따라 그 가능성과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 1. 인증 없이 수출 가능한 경우 – “직접 소방 시스템에 쓰이지 않는다면”
커플러(Coupler)는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거나,
소방밸브와 배관 사이에 결합 부품으로 사용되는 주조 부속품입니다.
그 자체가 물을 제어하거나 분사하는 기능은 없고,
밸브 또는 펌프처럼 핵심 작동 장치는 아닙니다.
이런 경우 바이어 또는 프로젝트 입찰 조건에서 "End-use product" 가 아닌
"Supporting component" 로 취급되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 인증서 없이도 샘플 테스트 통과 시 납품 허용
- EPC 업체의 내부 품질 테스트만 통과해도 승인
- 기존 인증 제품과 호환 여부만 맞으면 OK
📌 예시:
필리핀의 중소 소방설비 업체는 자체 테스트만 통과하면 UL 인증 없이도 납품을 수락합니다.
“UL 없어도 설치는 우리가 책임질게, 가격과 납기만 맞춰줘요.”
✅ 2. 인증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 – “직접 방재 장치와 연결될 때”
반면, 다음과 같은 경우엔 인증 없이는 납품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 커플러가 UL 인증 소방밸브나 펌프의 구성 부품으로 정의될 때
- 정부 또는 공공 건물 프로젝트에서 모든 구성품 인증 요구 시
- 중동, 북미 등 UL/FM 필수 국가의 EPC 프로젝트 참여 시
📌 예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 소방 프로젝트에서, UL 인증 소방밸브와 연결되는 커플러가
UL 또는 FM 인증이 없다는 이유로 납품 거부 사례 발생.
바이어 입장에서 보면,
인증 없는 부품 하나로 인해 전체 시스템 인증이 무효화되거나,
프로젝트 승인이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3. 그럼 인증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실무 전략
인증이 없다고 해서 시장 진입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전략으로 충분히 접근 가능합니다:
📌 1) 샘플 + 시험성적서 세트 제공
- 자사 시험성적서(내압, 인장강도, 경도 등)를 첨부
- 바이어가 별도 실험실 테스트를 하게끔 유도
📌 2) 바이어가 인증 제품을 갖고 있다면 ‘호환성’ 강조
- “UL 인증 밸브와 나사 규격, 연결 깊이, 토크 모두 일치”
- → 인증보다 사용 안전성과 호환성을 설명
📌 3) 현지 인증기관 연계 테스트 협의
- 말레이시아(SIRIM), 인도네시아(SNI), 베트남(TCVN) 등
- 비공식 현지 기관 인증으로 대체 전략 사용 가능
📌 4) 소량 납품 + 반응 관찰 + 반복 발주 유도
- 중소 유통사 또는 설치업체 대상
- “MOQ 낮추고 먼저 한 번 써보시죠” 전략
✅ 4. 바이어의 신뢰는 인증이 아니라 '정보'로부터 온다
바이어가 인증을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문제 발생 시 책임을 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증이 없다면, 그만큼 제품의 성능, 재질, 포장, QC 기록을 명확히 제공해야 합니다.
- 커플러의 재질이 황동인지, 청동인지?
- 성분표상 납(Pb), 아연(Zn) 함량은 몇 %인지?
- 내압은 몇 bar까지 버티는지?
- 표면 산화 방지를 위한 마감처리는 되어 있는지?
이런 정보를 문서화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면,
“비인증 제품이지만 신뢰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 인증은 장벽이 아니라, 대화의 시작점이다
인증이 없다고 수출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바이어의 입장에서 왜 인증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제안하는 능력이 진짜 실무자의 역할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밸브 포장, 왜 작은 라벨 하나로 클레임이 생길까?”
수출용 산업부품의 포장 실수 사례와, 개선 전략을 정리해드립니다.
📂 산업 특화 무역 전략 시리즈
- 1편. 주물·밸브 산업, 수출하려면 이것부터 알고 가세요
- 2편. 밸브 수출 입찰 제안서, 이렇게 써야 통과된다
- 3편. 중동과 동남아 바이어, 밸브를 보는 눈이 다르다
- 4편. 소방용 커플러, 인증 없어도 수출 가능할까?
- (예고) 5편. 밸브 포장, 왜 작은 라벨 하나로 클레임이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