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용 버터플라이 밸브를 중동에 수출하기 위해 선적 준비를 마쳤습니다.
Invoice, Packing List, B/L, 원산지 증명서까지 모두 준비했고, 수출 신고도 문제없이 완료됐습니다.
서류상으로는 완벽했습니다. 그런데 바이어로부터 예상치 못한 연락이 왔습니다.
“세관에서 통관이 보류됐습니다. 제품 규격이 서류와 다르다고 합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서류에는 분명 2.5인치 커플러라고 기재했는데, 선적 제품 중에는 2인치짜리도 섞여 있었습니다. Packing List에 구체적인 규격 별 구분 없이 일괄 기재한 게 문제였습니다. 바이어가 문제 삼은 건 수량의 차이나 누락이 아닌, "서류상 정보와 실물 제품 간의 불일치"였습니다.
무역 서류는 단순 문서가 아니다
수출입 거래에서 작성되는 서류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거래의 내용을 공식적으로 증명하고 책임을 나누는 핵심 수단입니다.
특히 버터플라이 밸브나 커플러 같은 주물 제품은 외형이 단순하지만, 사양과 재질, 규격에 따라 HS 코드도 달라지고 세관의 분류 기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서류를 예로 들어보면:
- Invoice는 제품명, 단가, 총액, 수량 등의 금전적 조건을 명시하며, 세관에서 과세 기준으로 삼습니다.
- Packing List는 제품의 규격, 수량, 포장 단위, 중량 등을 기재하여 실물과 정확히 일치해야 하며, 바이어가 물류 작업을 준비할 때 참고하는 중요한 서류입니다.
- B/L (선하증권) 은 운송 상의 권리와 소유권, 물품에 대한 책임을 나타냅니다. 이 서류 하나로 분실, 손상, 지연 등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보상 여부가 갈리기도 합니다.
- Certificate of Origin (원산지증명서) 는 FTA에 따른 관세 혜택이나 수입국의 원산지 규정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서류입니다.
이처럼 무역 서류는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모든 서류의 정보는 서로 일치해야 하며, 실제 선적된 제품과도 완벽히 부합해야 합니다.
서류 오류로 발생한 실제 문제
제가 겪은 문제는 아주 단순한 실수에서 시작됐습니다.
Packing List에는 “Butterfly Valve, Ductile, Grooved Type, 2.5inch – 1,000EA”로만 기재돼 있었고, 실제로는 2인치 400개, 2.5인치 600개가 섞여 있었습니다.
출하 전에 제품 스펙 시트도 첨부했고, 바이어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세관에서는 Packing List 상에 규격이 통일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바이어는 통관을 보류당했고, 저희는 정정 Invoice와 Packing List를 긴급 발송해야 했으며, 통관 지연에 따른 창고료와 신뢰 손실이라는 비용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무역 실무자의 서류 작성 팁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저는 이후 다음과 같은 기준을 세워 서류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 규격/모델이 다른 제품은 반드시 항목별로 나눠 기재
예: " Butterfly Valve,Ductile, Grooved Type, 2.0inch – 400EA", "2.5inch – 600EA" - Packing List에는 포장 단위, 중량, 총 수량을 상세히 기입
수출신고서의 데이터와 일치시켜야 세관에서 문제 발생 확률이 낮아짐 - 제품 출하 전, 실물 제품 사진과 함께 바이어와 확인 절차
바이어와 상호 확인한 내용은 이메일로 저장하고, 필요한 경우 서류에 첨부 - 스펙시트 혹은 테스트 리포트 별첨
특히 소방용 버터플라이 밸브 같이 품질에 민감한 품목은 성적서나 인증서가 요구되기도 하므로 사전에 첨부해 두면 좋습니다.
결론: 서류는 ‘책임’ 그 자체
무역 실무에서 “서류 하나쯤은 대충 써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서류는 단순히 종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거래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밸브류나 커플러처럼 기술 스펙이 세부적으로 나뉘는 품목은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서류 한 줄의 실수가 수천만 원의 지연 비용, 신뢰 손상, 클레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저는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계약 조건을 FOB로 설정했지만, 실제로 비용 부담을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했던 사례를 소개합니다.
"계약서에 FOB라고 썼다고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궁금하시다면 다음 편도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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